“천하 누가 나 한을 풀어줄꼬”
· · · 시커먼 배가 왔는 거야. 시커먼 배가 · · · · · ·
이걸 타고 간다 카더라고. 이거를 타고 간다고.
산더미 같은 배가· · · 이 배에다가 날로 싣고 얼로 가는데 · · · · · ·
- 강순애 증언 영상 중에서(TS25-1, 21:00~21:33)
폭력적으로 확장된 세계
제국주의는 세계를 폭력적으로 확장한다. 삶의 터전을 빼앗긴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대도시로, 북방으로, 제국 본국 등지로 이동해야 했다. 더욱이 영토 확장을 위한 제국주의 전쟁은 무수한 사람들을 군사 시설의 건설 현장으로, 군수 공장으로, 그리고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전장(戰場)으로 강제 동원케 하였다. 사람들은 전쟁이 아니었더라면 평생 가 볼 일이 없었을 바다 건너 남방의 섬까지 “산더미처럼 큰 배”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게 동원된 사람들 가운데에는 승선 명단에도 좀처럼 기입되지 못했던, 그야말로 ‘군수품’으로 ‘보급’되었다는 ‘위안부’도 존재했다.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을 오가며 유년을 보낸 강순애는 마산에서 헌병에게 붙잡혀 부산, 시모노세키(下関), 히로시마(広島)를 거쳐 파라오 전장으로 동원되었다. 제국주의가 폭력적으로 확장한 세계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남은 강순애의 삶의 궤적은 전시(戰時) 선박의 항로와 겹치기도 하고, 돌아오지 못한 여자들이 가라앉아 있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기도 한다. 남방까지 뻗어나갔다가 바다 속 깊은 곳을 헤매기도 하는 강순애의 증언은 거듭 청취되어야 할 역사로 우리 앞에 놓여 있다.